나인을 모방해 만들어졌으나 비교적 결함이 많다. 주인을 향한 충성심 · 애정이 나인에 비해 비교적 약하다. 자기 주관이 뚜렷하지 못하고 윤리관도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마을은 호수 옆에 위치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조금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다. 산 중턱에 위치한 마을에 특산품 따위도 없어서 상인이 자주 오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젊은 사람들의 일부는 산 아래로 내려가고 마을에는 노인의 비율이 많아지게 되었다.
루카스의 저택으로 들어가는 숲은 마을 내에서 암묵적으로 출입 금지 지역이 되었다. 루카스 저택은 괴물이 사는 저택이라 불린다.
마을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더 넓은 세상을 알아가고 싶은 나인은 독립하기로 결정한다. 그 과정에서 루카스와 큰 마찰을 빚었으며 결국 응어리를 남긴 채 말없이 떠나게 되었다.
나인은 시체가 즐비한 마을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기차 역을 보게 되었다. 듣는 걸로 세상을 알아가는 것이 아닌 제 눈과 귀로 느끼며 넓혀가는 세상은 그의 공포심을 일깨웠다.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목에서 짤랑거리며 흔들리는 목걸이에 또 다시 제 선생님의 생각이 들었다. 다시 돌아가기엔 아직 늦지 않았다.
나인은 반 년만에 다시 마을로 돌아갔다. 그 길에 자신과 닮은 실험체를 데리고 다닌다는 미친 과학자의 소문이 들려와 걸음을 더더욱 서둘렀다. ‘선생님 얼굴만 한 번 보고 가는 거야.’ 그렇게 생각한 나인은 저택의 주물대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가 정원을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 순간 사부작거리며 가운이 차분하게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린 순간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한 제 부모이자 선생님이 보였다.
시야는 암전되고 다시 일어났을 땐, 철커덩. 고개를 돌리자 손과 발에 족쇄가 연결되어 움직임이 속박되었다. 그뿐이랴, 짐승 다루듯 단단한 목줄도 채워졌다. 이번에 고개를 들어올리자 루카스가 내려다보며 차트를 쓰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자신과 똑 닮았으면서도 미세한 부분이 다른 새로운 실험체가 서있었다.
그 후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한 달이 지났나? 어쩌면 두 달, 세 달일 수도. 시간을 체크하는 방법은 루카스가 온 횟수로 가늠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썩어 죽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지하실의 문이 끼기긱 열렸다. 들어온 이는 루카스가 아닌 자신과 닮은 실험체였다.
실험체는 철장을 열어 나인의 손목을 잡은 뒤 처절하게 외친다. 제발 나와 자리를 바꿔달라고.
나인은 저택을 나왔다. 푸른 장미들이 피어난 꽃밭을 지나쳐 달음박질했다. 주물대문을 열고 숲속을 향해 달렸다. ‘선생님 얼굴만 한 번 보고 가는 거야.’ 라고 안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됐다. 다시 잡혀들어올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와선 안 됐다.
일단 이 저택을 벗어나서 이웃 마을로 건너가 기차를 타고 멀리멀리 가자. 선생님의 눈에 두 번 다시 띄지 않기 위해 세계의 끝에 가서 조용히 사는 거야. 그곳에서 지금까지 하지 못한 걸 하는 거지.
그때 탕! 하는 총격이 울렸다. 나무 위에 앉은 까마귀가 놀라 날아가고 나인의 눈에는 새들과 함께 루카스가 비춰졌다. 그리고 그 옆에 선 자신과 똑닮은 실험체.
“이 아이가 네가 어디로 갔는지 알려줬거든. 기특하지 않나?”
루카스는 나인과 닮은 실험체, 요타의 머리를 개처럼 쓰다듬으며 웃었다. 요타는 꺼름칙한 기색이었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나는 집을 잘 지키는 개가 좋거든. 수시로 가출하는 짐승 따위가 아니라.”
요타에게 총을 건네받은 루카스는 장전한 뒤 나인을 향해 조준했다.
“내 취미에 잘 어울려줘야 될 거야, 나인. 내 기대를 저버리지 말거라.”
탕! 총알은 그대로 나인의 볼 옆을 스쳐지나갔다. 총격으로 인해 볼에 사선으로 그어진 상처에서 피가 주르륵 흘렀다. 나인은 급히 등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맨발로 돌맹이를 밟아 상처가 나고 나뭇가지에 다리가 쓸려 따끔거렸지만 멈출 수 없었다. 조금만 주춤거리면 옷을 찢고 살을 꿰뚫는 총알이 무섭게 퍼부어졌기 때문이다.
루카스는 나인을 데리고 종종 사냥을 나갔다. 그렇기에 나인은 루카스의 사격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고 있었다. 이리저리 뛰는 자신의 머리를 한 번에 꿰뚫을 정도로 정확한 조준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렇게 시간을 질질 끄는 것은 분명, 지금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거였다.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했기 때문일까, 나인은 오른쪽 다리에 총을 맞아 그대로 고꾸라져 우당탕 넘어졌다. 몇 바퀴를 구르고 간신히 일어난 나인의 눈앞엔 새하얀 구두가 있었다. 루카스는 그대로 허리를 숙여 나인을 마주봤다. 총구가 오른쪽 눈을 툭툭 쳤다.
“기대 이하인 걸, 나인.”
루카스는 나인의 머리채를 잡고 들어올렸다. 총구가 턱에 내밀어졌다. 나인은 마른 침도 삼킬 수가 없어 그대로 얼어붙었다. 루카스는 총구를 당기는 시늉을 하다 활짝 웃어보였다.
“이만 돌아가자. 우리 집으로.”
요타에게 총을 던지듯 건넨 루카스는 그대로 나인을 안아올렸다. 나인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제 옷을 쥐어뜯듯 잡았다. 이제 그 누구와 자리를 바꿔도 기회를 몇 번이나 엿봐도 그 저택에서 절대 나올 수 없음을 확신했다.
루카스
1. 나인을 실험체 내지 친아들처럼 아낀다. 자신의 목적 (신에 대한 도전) 을 이루어주는 수단과 동시에 받고 싶었던 사랑과 빈 가족애를 채워주는 존재라 아주 각별히 생각한다.
2-1. 나인이 자신을 떠나는 것을 무척 두려워 하며 말과 행동 (주로 가스라이팅과 폭력) 으로 그를 휘어잡아 제 곁에 머물게 한다.
2-2. 나인이 떠나지 못하도록 목과 손목, 발목에 족쇄를 채운다. 자신을 떠난 죄인이라는 것을 항상 각인시켜주기 위해 발목에 채운 족쇄는 풀어주지 않는다.
3. 나인을 만든 이후에도 실험 (주로 언데드로 되살리는) 을 계속한다.
4. 자신이 만든 실험체들을 모두 제 아이처럼 아끼며 호칭은 ‘내 아이’ 라 쓴다. 제 기대에 충족하지 못하는 실험체는 ‘폐기작’, ‘실패작‘ 이라 말한다.
나인
1-1. 저택으로 돌아온 이후 전에 비해 성격이 어두워졌다. 과묵하고 수동적이며 계속해서 루카스의 눈치를 보는 버릇이 생겼다.
1-2. 끌려온 이후 일련의 사건들로 트라우마가 생겨 루카스를 대할 때 껄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2. 목과 발목에 생긴 흉터는 아직도 따끔거린다. 과거가 떠오를 때면 목 흉터를 긁는 버릇이 있다.
3. 돌아온 후 반복적인 실험으로 신체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4. 종종 창 너머로 멍하니 바깥을 바라보는 버릇이 남아있다.
루카스→나인: 나의 나인, 사냥개,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애.
나인→루카스: 선생님, 당신 (가끔), 떨쳐낼 수 없는 사람, 주인, 선생님.
* 나인의 오른쪽 눈은 불량품이기에 루카스가 자신의 왼쪽 눈을 뽑아줬다. 루카스는 제 몸을 나인의 것으로 채우고 싶어 불량품인 나인의 왼쪽 눈을 꼈다.
서로 감정적으로 격해지면 (정말 기쁠 때, 아주 슬플 때, 극도로 불안해할 때) 눈을 공유한 한쪽 시야가 공유된다.
* 루카스는 (언데드로 되살리는) 실험을 위한 재료 (시체) 조달을 위해 사냥하러 나간다. 나인의 탄생 전에는 머스킷으로 인간 사냥하였으나, 나인의 탄생 이후 사냥개에게 사슴을 뜯으라 시키듯 인간을 사냥해오라 명령한다.
* 둘의 설정은 프랑케슈타인, 피그말리온과 갈라이테이아에서 따온 부분이 있습니다.
* coc 시나리오 키스는 충치를 옮긴다.의 스포 유의 바람. (비밀번호는 @2022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