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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c 중세 판타지 배경.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호수 옆 마을.
첫 번째 사진은 마을의 구조. 세 번째, 네 번째 사진은 마을의 분위기. 

마을은 호수 옆에 위치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조금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다. 산 중턱에 위치한 마을에 특산품 따위도 없어서 상인이 자주 오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젊은 사람들의 일부는 산 아래로 내려가고 마을에는 노인의 비율이 많아지게 되었다.

 

루카스의 저택으로 들어가는 숲은 마을 내에서 암묵적으로 출입 금지 지역이 되었다. 루카스 저택은 괴물이 사는 저택이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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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역병이 돌고 괴물 저택도 피해가지 못했다. 흑사병에 걸린 나인은 하루가 다르게 죽어가며 고통스러워 했지만 티내지 않으려 했다.

그는 죽기 직전 루카스의 한팔을 붙잡고 조심스레 끌어당긴 뒤, 시체 같은 몰꼴로 ‘선생님, 잠시만 자고 일어날게요.’ 하고 유언 같지도 않은 말을 마지막으로 숨을 거뒀다.

나인이 죽은 후 몇 분. 루카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멍하니 숨만 내쉬며 그를 내려다봤다. 장갑을 벗어 나인의 뺨 위에 손을 올리자 사후 경직이 시작돼 딱딱했다. 지금까지 실험체가 죽은 적은 많았지만 잃음에 대한 공포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두려움이 온몸을 감쌌다.

루카스는 급히 나인을 수술대로 옮기고 소생 준비를 시작했다. 꼬박 반나절이 지난 후 루카스는 장갑을 벗어 나인의 코 아래에 손을 대자 숨을 쉬는 게 느껴졌다. 생명 창조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으니 이제 소생 시키는 일 따윈 쉬웠다.

몇 시간 뒤에 나인은 두 번째 숨을 터트리고 눈을 꿈벅이며 일어났다. 나인은 마지막 기억과 대조되게 호흡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몸에 큰 위화감을 느낀다. 내가 어째서 살아있는 거지? 온몸을 찌르는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인은 바로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 과정 중에 발이 꼬여 넘어졌다. 짐승처럼 기어가 전신 거울 앞에 선 그는 자신의 피부에 이음매가 새로 더 생긴 것을 보고 아, 하고 탄식을 내뱉었다.

그 직후 쿵쾅거리며 급히 뛰어오는 걸음 소리와 함께 방문이 벌컥 열렸다. 루카스는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웃는 것 같기도 하고 우는 것 같기도 한. 환희에 찬 것 같기도 절망하는 것 같기도 한.

나인은 자리에서 일어나다 비틀거리고 루카스는 곧바로 다가와 부축해줬다. 그는 엉망진창이 된 아버지를 보고 입을 연다.

“죄송해요, 아버지.”

 


 

실험이 무엇이 잘못됐는지 나인은 요절하고 만다. 루카스는 다시 자료를 헤집으며 오류를 미친듯이 검토하기 시작했다. 수식을 수정하고 새로 세워 전보다 더 완벽한 환경에서 나인을 소생시켰다.

첫 번째 소생에서는 나인이 "죄송해요, 아버지." 라고 사과했다. 3년만에 죽었다.
두 번째 소생에서는 나인이 "이제 그만 아파야 할 텐데..." 라고 자책했다. 3년만에 죽었다.
세 번째 소생에서는 나인이 밝았던 성격이 점점 죽기 시작했다. 3년만에 죽었다.
네 번째 소생에서는 말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3년만에 죽었다.
다섯 번째 소생에서는 나인이 하녀장의 이름을 까먹었다. 3년만에 죽었다.
여섯 번째 소생에서는 나인이 하루종일 멍때리며 대답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3년만에 죽었다.
일곱 번째 소생에서는 나인의 기억이 점점 흐려지며 잊는 것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3년만에 죽었다.
여덟 번째 소생에서는 나인이 루카스 보고 누구냐 물었다. 루카스는 제 이름을 알려주었다. 3년만에 죽었다.
아홉 번째 소생에서는 나인이 모든 기억을 잃었다. 루카스는 완전히 미쳐버렸다. 3년만에 죽었다.
열 번째 소생에서는 침대에서 잘 일어나지 못했다. 병상에만 누워지냈다. 3년만에 죽었다.
열한 번째 소생에서는 식사를 하는 것조차 버거워했다. 3일만에 죽었다.
열둘 번째 소생에서는 기억이 먼 옛날로 돌아가 활발하게 움직이며 웃었다. 요절했다.

루카스는 온갖 것을 시도했으나 제 외아들을 더이상 살릴 수 없었다. 그는 미친 자처럼 머리칼을 헤집으며 웃다가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저 곁에 있어주기만 한다면, 다시 한 번만 얼굴을 볼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자신이 있었다.

저택을 오가며 물건을 팔던 상인들과의 연줄을 이용해 루카스는 모독한 자료를 닥치는대로 사들이고 모으기 시작했다. 잠도 자지 않고 고서를 해석하며 옮겨적었다.

그는 열 손가락을 깨물어 피로 마법진을 그려 악마를 소환했다. 제 영혼을 대가로 외아들을 살리는 거래를 진행했다.

몇 시간 뒤에 나인은 열세 번째 숨을 터트리고 눈을 꿈벅이며 일어났다. 나인은마지막 기억과 대조되게 호흡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몸에 큰 위화감을 느낀다. 내가 어째서 살아있는 거지? 온몸을 찌르는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인은 바로 제단에서 내려왔다. 그 과정 중에 발이 꼬여 넘어졌다. 짐승처럼 기어가 깨진 전신 거울 앞에 선 그는 자신의 피부가 평범한 인간처럼 멀쩡한 것을 보고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어째서, 분명 두 번 다시 살아나지 못할 텐데, 더이상 남은 재료도 내 의지와 영혼도 다 닳았을 텐데. 그 직후 뚜벅거리는 평이한 걸음 소리와 함께 방문이 벌컥 열렸다.

루카스가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유리 공예품을 만지듯 나인을 끌어안고 손 끝에서 전해지는 온기를 느꼈다. 쿵쿵거리며 뛰는 맥이 느껴졌다.

"너무 먼 길을 돌아오게 해서 미안하구나, 나인."

마주 안아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서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아니, 이건 소생의 여파가 아니었다. 처음으로 느낀 두려움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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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스

1. 나인을 실험체 내지 친아들처럼 아낀다. 자신의 목적 (신에 대한 도전) 을 이루어주는 수단과 동시에 받고 싶었던 사랑과 빈 가족애를 채워주는 존재라 아주 각별히 생각한다.

2. 나인이 자신을 떠나는 것을 무척 두려워 하며 말과 행동 (주로 가스라이팅과 폭력) 으로 그를 휘어잡아 제 곁에 머물게 한다.

3. 나인을 만든 이후에도 실험 (주로 언데드로 되살리는) 을 계속한다.

4. 자신이 만든 실험체들을 모두 제 아이처럼 아끼며 호칭은 ‘내 아이’ 라 쓴다. 제 기대에 충족하지 못하는 실험체는 ‘폐기작’, ‘실패작‘ 이라 말한다.

 

나인

1-1. 모독적인 주술과 실험을 일삼던 나인은 저택을 빠져나온 지금도 도망자 신세로 살고 있다.
1-2. '아버지를 위해'라는 명목하에 저질러오던 악행을 마주 보게 되며 잘못을 속죄할 방법을 찾고 있다.
2-1. 이전과 같은 큰 주술은 추적당하기 쉽기 때문에 쓰지 않는다. 그로 인해 전투 방식이 바뀌게 되었다.
2-2. 항상 들고 다니던 금서 또한 자물쇠로 봉인 후 허리에 매고 다닌다.
3. 자신의 그림자로부터 뽑아내 형상화시킨 무기를 사용한다. 주로 사용하는 건 창.

 

루카스→나인: 내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만족스러운 실험체, 두 번 다시 만들지 못할 인생의 역작, 사랑스러운 내 아이, 나의 갈라테이아.

나인→루카스: 아버지 같은 분, 내가 따라야 할 사람, 선생님.

 


 

* 나인의 오른쪽 눈은 불량품이기에 루카스가 자신의 왼쪽 눈을 뽑아줬다. 루카스의 흑안은 의안이다.

서로 감정적으로 격해지면 (정말 기쁠 때, 아주 슬플 때, 극도로 불안해할 때) 눈을 공유한 한쪽 시야가 공유된다.

 

* 루카스는 (언데드로 되살리는) 실험을 위한 재료 (시체) 조달을 위해 사냥하러 나간다. 나인의 탄생 전에는 머스킷으로 인간 사냥하였으나, 나인의 탄생 이후 사냥개에게 사슴을 뜯으라 시키듯 인간을 사냥해오라 명령한다.

 

* 둘의 설정은 프랑케슈타인, 피그말리온과 갈라이테이아에서 따온 부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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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과 루카스의 관계 및 말투 참고 자료

 

* coc 시나리오 견딜 수 없이 눈부신 춤을!의 스포 유의 바람. (비밀번호는 @20221108)